세계유산적 가치

반구대 계곡의 암각화는 수천 년 동안 인간의 관념을 창의적으로 반영한 탁월한 유산이다.

유산 구역 남쪽의 대곡리 암각화와 북쪽의 천전리 암각화 두 곳에는 동아시아 한반도에 거주했던 신석기 시대부터 신라 시대 사람들의 관념 변화가 다양한 표현방식으로 확인된다.
이는 동아시아의 사회·문화상을 알 수 있는 탁월한 증거이다.
선사 시대 한반도 동남부 연안지역의 사람들은 강과 바닷가 인근에 거주하며 수렵, 어로, 농경 등의 생업활동을 했다. 이 사람들은 풍요로운 삶을 염원하기 위해 반구대 계곡을 찾아와 두 곳의 암면을 선택하여 그림을 새겨나갔다. 선사 시대부터 인간의 관념을 반영한 그림이 반복적으로 새겨지면서 반구대 계곡 일대는 신성한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대곡리 암각화에는 신석기 시대에 돌을 이용해 새긴 그림들이 남아 있다.

빙하기 이후 동아시아에 서식했던 육지동물과 바다동물, 이를 사냥하는 장면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특히 바위그림에서 희소한 주제인 고래가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으며,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 그림과 고래사냥 과정이 구체적으로 새겨져 있다. 이러한 그림은 빙하기 이후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바다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신석기 시대 사람들의 생업활동과 관념 등을 보여준다.

천전리 암각화에는 신석기 시대뿐만 아니라 청동기 시대, 신라 시대 그림이 조화로운 구도로 남아 있다.

암면 좌측에는 고래를 포함한 신석기 시대의 다양한 동물 그림과 이를 사냥하는 장면이 새겨져있다. 대곡리 암각화에 묘사된 그림보다 간략한 형태로 남아있는데, 그림의 주제와 표현이 유사하여 두 암각화의 연속성이 보인다. 이와 함께 암면 상부에는 청동기 시대에 돌을 이용해 새긴 기하학적 그림이 남아 있다. 이는 농경의 풍요를 염원하는 청동기 시대 사람들의 관념 등을 보여준다. 암면 하부에는 신라 시대에 금속 도구를 이용해 새긴 그림과 문자가 남아있는데 이는 심신 수련과 안녕을 기원하는 당시 사람들의 관념을 보여준다.

반구대 계곡의 암각화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제작되는 동안 대부분 중첩되지 않고 기존의 그림을 피해 새겨졌다.

반구대 계곡 일대를 ‘오래된 계곡(古谷)’, ‘글을 새긴 계곡(書石谷)’이라 칭한 천전리 암각화의 신라 시대 문자를 통해 반구대 계곡의 암각화는 예전부터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각 암면들에 남아 있던 그림과 문자들이 긴 시간 동안 존중되었으며, 이 지역이 하나의 연속된 신성한 공간으로 인식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반구대 계곡의 암각화는 동아시아 한반도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관념이 창의적으로 표현된 바위그림이다.

다양한 동물 그림과 기하학적 그림, 문자 등이 조화로운 구도로 반구대 계곡 일대 두 암면에 밀집해서 분포한다. 또한 선사 시대에서 역사 시대로 이어지면서 표현된 그림은 동아시아의 사회・문화상을 알 수 있는 탁월한 증거이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가장 이른 시기 포경 활동을 증거하는 유산으로, 신석기 시대 해양 어로문화의 정점인 포경 활동의 전 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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