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립미술관 미디어 스크린 프로젝트는 2026년 처음 시행되는 야외 전시의 일환으로, 미술관의 전시 영역을 공공 영역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기존 전시가 미술관이라는 제도적 공간 안에서 구성되어 왔다면, 미디어 스크린 프로젝트는 미술관 밖 공간을 전시 장소로 전환함으로써 예술이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지점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울산시립미술관은 프로젝트의 첫 번째 참여작가로 튀르키예 출신의 레픽 아나돌(Refik Anadol)을 선정했다. 레픽 아나돌은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방대한 데이터를 시각적·조형적 언어로 변환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선보이는 <라지 네이처 모델 : 이머시브 에디션(Large Nature Model : Immersive Edition)>은 레픽 아나돌 스튜디오가 개발한 동명의 생성형 AI 모델, <대규모 자연 모델(Large Nature Model), 이하 LNM>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레픽 아나돌과 그의 스튜디오는 약 2년에 걸쳐 5억 개 이상의 자연 이미지, 400시간의 사운드 데이터, 라이다(LiDAR) 센서로 스캔한 3D 데이터 등을 수집했으며, 이후 약 1년간 출처와 라이선스가 검증된 데이터를 선별·가공하여 학습 데이터셋을 완성하였다.
그는 2008년 ‘데이터 페인팅(data painting)’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며, 방대한 데이터를 마르지 않는 물감으로, 알고리즘을 생각하는 붓으로 삼아 보이지 않는 세계를 그려낸다. 데이터 라는 안료가 알고리즘 연산 구조를 통과해 생성하는 예측 불가능한 환각적·환상적 시각 경험은 자연과 기술, 물리적 세계와 가상 세계 사이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이러한 경험은 오늘날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조건과도 맞닿아 있다. 데이터는 더 이상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세계를 해석하고 예측하는 인식의 기반이 되었다. 우리는 데이터를 통해 세계와 관계 맺고, 동시에 우리의 행동과 인지적 반응은 다시 데이터로 기록되어 알고리즘의 구조 안으로 편입된다. 이러한 시대적 조건 속에서 그는 인공지능 이라는 기술을 경계의 대상으로 두기보다 우리의 감각과 상상력을 확장하는 매체로 받아들인다. 미디어라는 캔버스에 위에 펼쳐지는 그의 유동적 풍경은 다가오는 데이터 시대의 불안을 은폐하기보다, 그 안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낙관적 제스처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