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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는 실내에 흙으로 땅을 조성해서 살아있는 나무를 심고, 지면과 나뭇가지 주변 군데군데에 23대의 텔레비전을 설치한 작업이다. 마치 새장처럼 설치된 브라운관 텔레비전에서는 일제히 존 케이지의 전위적 예술공연 이미지와 파편화된 장면들이 쉴 새 없이 송출되고 있다. 이 작품의 제목이 '케이지(cage)의 숲'인 이유는 백남준 작가가 이 작품을 만들 때, 자신과 예술적으로 크게 영향을 주고받은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 (John Cage)에 대한 경외심을 담아, 그의 이름과 동일한 발음의 '새장(cage)'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이 작업은 자연 속에 기술매체인 텔레비전이 자연스레 녹아들도록 했다. 백남준이 소재로 선택한 자연과 텔레비전이라는 기계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한마디로 '변화무쌍함'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생성과 죽음 사이를 가로지르며 역동적으로 존재하는 자연과 마찬가지로 백남준 작업의 브라운관에서는 쉴새없이 불연속적인 이미지들이 무작위로 송출되며 전혀 다른 풍경들이 융합되어 나타난다.
○ 출처 : 울산시립미술관, 『포스터네이처: 친애하는 자연에게』, 2023. <o:p></o: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