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5년차에 접어든 '자치경찰제' 확대가 국정과제로 추진되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여전히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구조적 한계와 함께 지역 불균형,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 등이 제기되고 있다. <2025년 8월26일자 3면, 2024년 7월8일자 1면 등> 31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행정안전부 경찰국 폐지와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를 추진하면서 자치경찰제를 시범 운영한 뒤 전면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찰청은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에 프랑스·스페인형(국가경찰 중심, 자치경찰 제한), 영국·일본형(광역단위 자치경찰 중심) 등 다양한 유형을 보고했고 국정위는 이를 토대로 구체적 모델을 검토 중이다. 자치경찰 확대 논의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이원화 모델'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생활안전 등 기초 치안은 지방자치단체 산하 자치경찰이, 강력범죄 수사 등은 국가경찰이 담당하는 구조다. 일부에서는 112 종합상황실과 지구대·파출소 기능을 자치경찰로 전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2021년 7월 시행된 현행 자치경찰제는 시도지사 산하 자치경찰위원회(자경위)가 있으나 인사나 예산권은 국가경찰이 갖고 있다. 정작 주민과 밀접한 지구대·파출소는 국가경찰 소속으로 남아 있어 자경위가 지휘할 수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지적이 도입 초기부터 이어져 왔다. 경찰도 지구대·파출소를 자치경찰로 전환할 경우 112 대응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국정위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제도 확대가 정치적 중립성 훼손과 치안 격차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남부 한 경찰관은 "국가공무원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자치단체 소속이 되면 지자체장 입맛에 따라 움직이는 것 아니냐"고 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대도시는 사건이 폭주하지만 농촌은 인력이 부족한데 자치경찰로 전환되면 격차가 더 커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일각에서는 여성청소년과·교통과·생활안전과 등 예방 기능에 한정해 자치경찰을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경찰관은 "예방 부서만 이관하는 게 현실적이다. 112 출동까지 얽히면 수사와 업무가 혼재돼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황의갑 경기대 교수는 "예방과 단속, 수사는 연계돼 있어 분리가 어렵다"며 "현행 제도는 일부 사무만 분류한 기형적 형태고, 프랑스·스페인형처럼 제한적 권한만 주면 유명무실하다. 일본·영국처럼 자치경찰이 실질적 권한을 가져야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지자체장은 선출 권력이므로 재평가가 가능해 민주적 통제를 통해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자치경찰제가 취지대로 작동하려면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에도 균등한 치안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인사와 지휘 체계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제도는 형식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출처 : 인천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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