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이 취미인 한 고등학생이 울산 해안가에서 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이자 천연기념물인 흑비둘기를 발견해 화제가 되고 있다. 울산시는 이번 발견이 2028년 울산에서 열릴 국제정원박람회를 앞두고 지역 생태환경의 가치를 알리는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23일 울산시에 따르면 흑비둘기를 발견한 이는 울산제일고 1학년 이승현 군이다. 지난 12일 토요일 오전 6시쯤 주말마다 이어오던 탐조 활동 중 울산 동구 해안에서 낯선 비둘기를 포착했다. 하루 5시간에서 많게는 12시간씩 탐조를 한다는 이 군은 이날도 카메라와 망원경을 들고 해안을 살피던 중 흑비둘기와 함께 나그네새로 분류되는 철새 한 마리를 동시에 관찰했다.
이 군은 즉시 촬영에 나섰고, 새 관찰 모임 ‘짹짹휴게소’의 홍승민 대표에게 연락해 현장으로 오도록 요청했다. 이후 홍 대표가 더욱 선명한 사진을 확보하면서 흑비둘기의 존재가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관찰은 3일간 이어졌으며, 울산에서 흑비둘기의 생생한 사진 기록이 남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군은 지난해에도 멸종위기야생생물Ⅰ급 ‘청다리도요사촌’을 발견해 주목받은 바 있다. 그는 평소 한 달에 15차례 이상 탐조 활동을 이어가며, 새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장래 희망을 묻자 “특별한 직업을 생각한 적은 없지만, 새와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그는 “흑비둘기 같은 희귀한 새가 계속 울산을 찾아올 수 있도록 시민들의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흑비둘기는 국내에서 서식하는 비둘기 가운데 가장 큰 종으로, 검은색 바탕에 보라색과 녹색 광택이 감도는 깃털을 갖고 있다. 동백나무나 후박나무 등이 자라는 도서와 해안 지역에서 서식하며, 다른 비둘기와 달리 흰색 알 1개만 낳는 독특한 번식 습성을 지녔다. 1936년 울릉도에서 처음 학계에 보고됐고, 울릉도의 번식지는 196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홍승민 대표는 “흑비둘기는 주로 번식기를 맞아 일본으로 이동하는 경로에서 울산을 지나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구 신명 해안을 시작으로 동구 주전, 울주군 서생 해안까지 매년 10마리 이상이 통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번 발견을 계기로 울산의 생물다양성과 생태적 가치를 적극 알리고, 국제정원박람회 성공 개최를 위해 생태환경 보전에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며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