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2011.11.29 ~ 2012.04.29
장소 :
기획전시실1
전시품 :
민속품
설명 :
[제2회 특별기획전] ‘75년만의 귀향, 1936년 울산 달리’
신형석(울산박물관 학예사)
오늘날 울산 남구 달동은 번화한 도시 한가운데로 변했지만, 일제 강점기에는 127호 농가(農家)가 있었던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었다. 마을 이름은 달리라 불렸다.
1936년 여름 달리에는 아주 흥미로운 일이 있었다. 먼저 최응석을 비롯한 도쿄[東京]제국대학 의학부 학생들이 이 마을에 와서 농촌위생조사를 벌였다. 학생들은 이 마을에서 숙식하면서 집집마다 방문하여 영양상태와 위생상태 등을 상세히 조사하고 기록했다. 이들과는 별개로 일본 민속조사팀이 이 마을에 와서 의식주(衣食住) 및 생업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이들은 주민들과 어울려 흥겨운 시간을 보냈고, 사진을 찍고 동영상 촬영까지 했다.
이렇게 달리에서 위생조사와 민속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울산 출신 농업경제학자 강정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두 조사팀이 자신의 고향에서 조사할 수 있도록 협조했다.
달리 위생조사 결과물은 <조선의 농촌 위생 -경상남도 울산읍 달리의 사회위생학적 조사->(1940)로 간행되었다. 민속조사팀이 수집해간 자료 124점은, 후에 일본 오사카에 있는 국립민족학박물관(國立民族學博物館)으로 이관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동영상 필름은 일본 미야모토[宮本] 기념재단에 소장되어 있다.
이렇게 75년 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조사보고서와 실물자료, 영상자료가 남아 있는 것은 아주 특별한 사례에 속한다. 이것은 울산의 과거를 보여주는 ‘타임캡슐’이라 할만 하다.
이러한 내용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1988년이었다. 울산 출신의 인류학자인 이문웅 교수(서울대 인류학과)가 이것을 밝혀내었다. 그 후 국립민속박물관이 국립민족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울산 자료를 정리하여, <향수 -1936년 울산 달리->(2008)란 도록을 간행했다. 농촌위생조사 보고서도 번역·출판했다.
울산시도 이것에 관심을 갖게 되어, 2009년 2월 국립민족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과 함께 ‘울산 달리 100년’ 학술교류 사업 협정을 맺고, 공동으로 몇 가지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주요 내용은 울산시가 일본에 있는 유물을 대여하여 특별기획전을 개최하며, 국립민속박물관은 오늘날 울산의 모습을 채록한 도시민속조사 보고서를 발간하고, 국립민족학박물관은 유물 대여에 협조한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실무자로 처음부터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달동에 대한 도시민속조사는 이미 완료되었다. 2009년에 국립민속박물관 소속 학예사 2명이 약9개월간 달동에 거주하면서 달동 사람들을 만나고, 이들의 생활상에 조사하여 2010년 그 결과보고서를 발간했다. 그리고 영상민속지라 할 수 있는 54분짜리 다큐멘터리도 만들었다.
제2회 특별기획전은 이러한 배경에서 추진하게 되었다. 전시 기간은 오는 11월 29일부터 내년 2월 5일까지이다. 국립민족학박물관에 소장중인 의식주와 생업에 관련한 유물을 대여·전시하고, 동영상과 사진자료도 함께 소개하려 한다. 이들 자료는 어린 시절 농촌에서 보았던 것이 대부분이지만, 현대인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해준다. 전시에서는 위생조사의 주요 내용, 이 조사를 지원했던 강정택에 대해 다루어보려 한다. 그는 도쿄제국대학을 나온 수재로, 광복 후 농림부 차관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강정택의 학문세계와 활동에 대해서도 소개하려고 한다.
또한 일제시기 울산 모습뿐만 아니라, 해방 이후의 변화상도 함께 전시하고자 한다. 달리는 이제 옛 모습을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무엇이 달라졌고,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려 한다.
이 전시에서 우리는 75년 만에 고향으로 나들이 온 울산 자료를 만나게 된다. 이를 통해 너무 빨리 변해버린 우리들의 지난 날 모습을 들여다 볼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한다.